[위기 단상]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위하여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위하여

김진대 사무총장

 

피살사건 전말

필리핀에서 사역하던 심재석 선교사(57)의 피살 소식은 우리를 또다시 비통하게 하였다. 5월 20일(현지시각) 오전 4시 30분쯤 그는 교회 문을 열기 위해 아래층인 사택으로 내려갔다가 숨어 있던 범인과 맞닥뜨렸다. 퇴로를 확보하지 못해 당황한 범인은 몸싸움 과정에서 둔기로 심 선교사를 가격하여 쓰러뜨린 후, 10㎏짜리 빈 가스통으로 내려친 후 도주했다. 심 선교사는 6시 30분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으나, 오전 8시쯤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6년 만에 선교사 피살 사건을 접한 필리핀 한인선교사회는 긴급대책반을 구성한 후,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현지 경찰, 김OO 필리핀 한인선교사회장 등이 참관한 가운데 현장 검증을 마치고, 유해를 안타폴로시티 소재 ‘헤븐 오브 엔젤스(heaven of angels)’ 장례식장으로 운구하였다. 그 후 21일에는 입관예배가, 23일 오전 10시에는 발인예배가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진행되었고 유해는 한국으로 이관되었다. 유족과 교계 관계자 약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천국 환송예배가 인천 부평경인교회(담임: 김진규 목사)에서 열렸다. 기감 중부연회가 주관한 이 예배는 24일부터 3일간 치러진 국내 장례 일정을 마무리하는 예배였다. 25세의 살해범은 5월 27일 우리 경찰과 필리핀 경찰의 공조 수사로 사건 발생 7일 만에 검거되었다.

2000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인천동지방 지구촌선교교회에서 파송된 심 선교사는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동북부에 지역교회인 ‘기도의 집(House of prayer)’을 설립하였으며,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빈민촌 구제 사역과 교육 선교 사역을 펼쳐왔다. 유가족으로는 아내 안정윤 선교사(55)와 남매 심하영 군(20), 심하은 양(19)을 두고 있다.

필리핀에서 한국 선교사가 피살된 것은 2010년 8월 조OO 선교사가 강도에게 피살된 사건 이후 두 번째이다. 올해 들어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피살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며, 지난해에만 한국인 11명이 필리핀에서 살해되었다.

 
고 심재석 선교사의 유족과 지인 등이 22일 필리핀 안타폴로시티 소재 ‘헤븐 오브 엔젤스’ 장례식장에서 드린 주일예배에서 심 선교사의 아내 안정윤 선교사가 남편의 사역을 회고하고 있다. 오른쪽이 심 선교사의 영정 사진. (사진 출처: 필리핀감리교선교사회, 국민일보 제공) 


다윗의 마음, 주님의 마음을 주소서!

2010년 10월, 미국 FSA에서 실시되었던 인질납치 야외실습 과정에서 주님께서는 두 가지 선교사 위기 사건으로 나에게 결단을 촉구하셨다. 두 사건이란 그해에 있었던 필리핀 조OO 선교사 피살 사건과 리비아 구OO 선교사 구금 사건이다. 주님은 “누군가가 나의 자녀들인 선교사들의 안전과 케어사역을 감당해 주었으면…”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1시간 이상 눈물, 콧물 펑펑 쏟으며 “감당하려는 다른 사람이 없다면 자격 없는 제가 감당해 보겠습니다”라고 주님께 반응하였고, 그해 12월 3일 마침내 한국위기관리재단이 출범하였다.

그 후에도 많은 선교사들이 질병으로, 총격으로, 항공기 추락으로, 교통 사고로, 익사 사고로, 독극물 테러로, 자살폭탄테러 등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아왔다.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간 것일 수도 있다. 위협이 급증하는 세계적인 현상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심 선교사 피살 사건은 다시 한 번 내 마음에 경종을 울렸다. 며칠 전 참석한 제15차 한인선교사대회에서 심 선교사 유가족을 위해 합심기도를 하는데, 주님의 소명에 순종하여 지난 6년 동안 맨땅 위에서 『선교사 위기관리 사역』에 최선을 다한 결과 나름의 열매를 맺은 것도 적지 않지만, 다만 내게 주어진 소명과 사역이었기에 선교사 위기 사건들 처리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애통한 마음으로 찾아 나선 주님의 심정이 문득 느껴졌다. ‘수만 명의 선교사 중 한두 사람쯤은 그럴 수도 있지, 뭐’가 아니라, 한 마리의 양을 위해서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찾아 나선 주님의 심정이, 사자나 곰이 움켜갔던 양을 끝까지 쫓아가서 되찾아왔던 양치기 다윗과 같은, 그런 절박한 심정이 내게는 부족하였다는 사실이 인식되었다. 껍데기는 갖춘 것 같으나, 중심은 아직도 설익은 모습이었다. 중심에서부터 다음과 같은 고백과 간구가 터져 나왔다.

“주님! 죄송합니다. 제 마음이 소홀해졌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다윗과 같은, 주님과 같은 불타는 마음을 주셔서, 27,000여 한국 선교사들의 ‘지킴이’의 사명을 잘 감당하게 하옵소서!”

 

선교사 위기관리의 실행구조

선교 관련 당사자들 모두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위기관리의 실행구조이다. 선교사 위기관리의 담당 주체로는 ➀ ‘주님’의 위기관리(Master CM), ➁ ‘자신과 팀’ 상호 간의 위기관리(Self & Mutual CM), ➂ ‘파송자’ 위기관리(Senders’ CM), ➃ ‘전문가’ 지원(Special CM), ➄ ‘외부 네트워킹’의 지원(Network CM)이 있다.

즉 선교사 위기관리가 상호 의존적이며 공동체적 사역이라는 뜻이다. 모든 주체들이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책무를 다 할 때, 선교사 위기관리 사역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단 한 가지 요소라도 결핍된다면 결코 건강한 위기관리 사역은 이루어질 수 없다.

특별히 이번 피살사건을 계기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교현장에서의 선교사 자신과 팀 상호 간의 위기관리 노력이다. 근본적으로 사역자 개인에 속한 의무나 책임을 다른 담당 주체가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1차적인 책무는 선교사 본인이 지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파송단체와 교회는 본국과 필드에서 상호 협력하여 소속 선교사 위기관리의 책임 있는 주체가 된다. 소속 회원들의 신변안전과 건강한 사역을 위하여 파송 전문단체로서의 책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임 파송 선교사 위기관리 교육뿐만 아니라, 현장 선교사들에 대한 교육과 안식년 선교사들에 대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회원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전문가 지원 그룹들이 속해있는 제4차 동심원 그룹에 속한다. 재단의 사역이 파송단체나 교회들이 소속 회원들의 안전과 건강한 사역을 잘 지원할 수 있도록 단체들을 돕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이지만, 동시에 현장 선교사들의 위기관리 사역에도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좀 더 많은 선교단체 및 파송교회들이 선교사 위기관리 사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과 아울러, 소속 회원들의 안전과 건강한 사역을 돕는 일들에 주님의 심정을 가지고 성심성의껏 최선의 노력으로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은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단체와 교회의 책무이자 주님의 마음이기도 하다.